펄어비스가 8년 만에 글로벌 IP 인수 카드를 회수했다. 4월 30일 공시한 매각 거래에서 자회사 CCP게임즈 지분 100%를 1771억 3200만 원에 현 CCP 경영진에 넘긴다. 처분 예정일은 5월 6일이다. 2018년 인수가 2524억 원과 비교하면 회수율은 70%, 한국 게임사가 글로벌 IP를 인수했다 다시 풀어낸 사례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펄어비스는 매각 사유를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효율성 증대"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단어 선택이 무겁다. 자회사 운영 성과가 미진하다는 사실을 우회 표현 없이 인정한 것에 가깝다.
8년의 인수 사이클, 회수율 70%로 마감
펄어비스의 CCP게임즈 인수는 2018년 10월 아이슬란드에 신설 법인을 두고 지분 100%를 2524억 원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당시 한국 게임 업계 안팎에서는 검은사막 IP를 갖고 있던 펄어비스가 글로벌 우주 MMO 'EVE Online'이라는 라이브 IP를 통째로 가져오는 거래로 이목을 끌었다. 검은사막이 이미 글로벌 라이브 운영 노하우를 쌓은 상태에서, 라이브 서비스 자산을 한 단계 더 보강하겠다는 메시지였다.
8년이 흐른 시점의 회수가는 1771억 원이다. 2018년 인수가 대비 약 753억 원 감소한 수준이다. 한국 게임사가 거꾸로 매각하는 거래에서 인수가의 70% 선을 회수한 것은 통상적인 IP 손절 사례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 8년 동안의 운영비·기회비용까지 묶어서 보면 사실상 적자 회수다.
거래 구조도 한 번 더 짚어둘 만하다. 새 인수자가 외부 기업이 아니라 CCP게임즈 현 경영진이라는 점이다. 이는 펄어비스가 외부 매수자를 찾는 데 시간을 들이기보다 운영 주체를 다시 독립시키는 형태로 거래를 마무리했다는 뜻이다. CCP게임즈 입장에서도 모회사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 의사결정 기조로 복귀하게 된다.

매각 트리거, 누적 손실
거래가 풀린 직접적 트리거는 CCP게임즈의 재무 성적이다. 지난해(2025년) CCP게임즈는 순손실 409억 원과 손상차손 737억 원을 기록했다. 두 항목을 합산하면 1100억 원대 회계상 부담이 한 해 안에 잡힌 셈이다. 손상차손은 인수 당시 장부에 잡혔던 자산 가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발생한 회계 처리로, 인수가 대비 자산 평가가 깎였다는 사인이 그대로 나왔다.
CCP게임즈의 적자 누적은 펄어비스 연결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된다. 펄어비스가 모회사로서 CCP게임즈의 손실을 끌어안는 구조에서 CCP의 한 해 손실이 그대로 펄어비스 영업이익을 깎는 셈이다. 검은사막 라이브 매출과 붉은사막 출시로 본업 실적이 단단해진 시점에 CCP가 일으키는 회계 부담을 더 안고 갈 이유가 약해졌다.
EVE Online 자체가 라이브 서비스로서 매출을 만드는 게임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주력 신작 라인업 ('EVE Anywhere', 'EVE Vanguard' 등) 후속작들의 시장 성과가 모회사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는 손상차손 인식의 근거가 된다.
매각 후 자금은 붉은사막·도깨비·플랜8로
펄어비스는 매각 직후 향후 사업 방향을 "경쟁력을 갖춘 핵심 타이틀 중심 성장 전략"으로 정리했다. 우선순위는 세 곳이다. 3월 19일 글로벌 출시한 붉은사막의 라이브 운영, 차기 오픈월드 신작 도깨비, 그리고 PC·콘솔 기반 협동 액션 슈터 플랜8이다.
붉은사막은 출시 한 달 반이 지난 시점에서 라이브 서비스 사이클의 1차 패치 흐름에 들어가 있다. 도깨비와 플랜8은 아직 출시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두 작품 모두 글로벌 멀티 플랫폼을 전제로 개발 중이다. CCP 매각으로 확보된 1700억 원대 현금은 신규 IP 라인업 마케팅과 라이브 운영 인프라에 분산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