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끌어온 한국 게임 산업 최대 IP 분쟁이 대법원에서 끝났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4월 30일 넥슨이 아이언메이스 등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확정된 핵심은 두 가지다. 아이언메이스의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됐고,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 않았다. 아이언메이스 등은 넥슨에 약 57억 6464만 원을 공동으로 배상해야 한다.
시작은 P3 디렉터 해고였다
분쟁의 출발점은 2021년이다. 넥슨에서 'P3'라는 신규 프로젝트의 개발팀 디렉터로 일하던 최모 씨가 게임 개발 자료를 외부로 무단 반출하고 팀원들에게 전직을 권유한 사실이 적발돼 징계 해고됐다. 같은 해 최씨가 설립한 아이언메이스가 제작한 작품이 바로 다크 앤 다커다. 그 안에서 P3 개발 당시의 자료가 그대로 활용됐는지가 분쟁의 시작이었다.
다크 앤 다커는 2023년 스팀 얼리 액세스로 출시되면서 즉시 글로벌 흥행 라인에 올랐다. 그러나 출시 직후 넥슨이 미국에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신고를 넣으면서 스팀 페이지가 내려갔다. 이후 게임은 자체 런처와 에픽게임즈 스토어, 그리고 2024년 6월 스팀 재등록 등을 거쳐 서비스를 이어왔다. 법정 공방은 그 사이 1심·2심으로 진행됐고 양측 모두 결과에 불복해 상고했다.

영업비밀 침해 인정, 저작권 침해는 부정
이번 판결의 무게는 두 결론을 함께 봐야 정확히 잡힌다. 영업비밀 침해 인정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회사가 보유한 기획 문서·소스코드·디자인 자료 등이 회사 자산이라는 점을 한국 대법원 차원에서 명확히 한 결과다. 디렉터 직위와 자료 접근 권한이 있었더라도 외부로 가지고 나가서 다른 회사 제품에 활용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메시지가 한 줄 더해졌다.
저작권 침해를 부정한 근거는 장르 차이였다. 재판부는 P3가 '배틀로얄' 장르에 속하고, 다크 앤 다커는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에 속한다는 점을 들어 게임 자체의 표현은 별개로 봤다. 게임 아이디어와 장르 컨벤션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회사 내부 자료는 영업비밀로 보호된다는 한국 게임 산업의 IP 문법이 한 차례 정리된 셈이다.
배상액은 약 57억 6464만 원으로 확정됐다. 다크 앤 다커가 출시 이후 누적 판매·과금으로 거둔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회사 차원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이지만, 한국 게임사 간 전직·창업 분쟁에서 영업비밀 침해 단독으로 50억 원대 손해배상이 확정된 사례 자체가 흔치 않다.
형사 트랙은 따로 진행 중
민사가 끝났다고 사건 전체가 종결된 건 아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올해 2월 2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아이언메이스 대표 최모 씨 등 관계자 3명과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대법원 민사 확정으로 형사 재판부가 사실관계 판단의 기초로 삼을 영업비밀 침해 사실 자체에는 이미 최종 결론이 붙은 상태다.
게임 자체에는 즉시적인 서비스 변동이 없다. 다크 앤 다커는 5월 1일부터 21일까지 트위치 드롭스 캠페인을 예고해 둔 상태이고, 5월 14일에는 트레이딩 포스트와 마켓플레이스 오픈도 잡혀 있다.
산업 차원에서 남은 신호
이번 결정은 한국 게임 업계 전반에 보내는 두 가지 신호로 정리된다. 하나는 디렉터급 핵심 인력 이직 시 회사 자료 반출과 팀원 동반 전직이 결합되면 한국 법원이 끝까지 가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같은 IP 분쟁에서 저작권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가 분리 판단된다는 점이다. 게임 장르가 다르면 표현은 별개로 보지만, 회사 내부 자료를 가져와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로는 책임이 발생한다는 한국형 판례가 이번 판결로 한 차례 정착했다.
크고 중간 규모의 게임사 모두에게 향후 인력 이동 단계의 자료 관리·전직 동의·창업 후 첫 작품 검증 절차를 다시 손볼 명분이 한 줄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