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2026 설문에서 게임 개발자의 52%가 생성형 AI를 업계에 해로운 기술로 평가했다. 2025년 30%, 2024년 18%에서 해마다 가파르게 올라온 수치다. 같은 설문에서 실제로 업무에 AI 도구를 쓰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6%. 반감은 과반을 넘었는데, 도입도 3분의 1을 넘겼다.
3월 셋째 주, 이 긴장이 구체적인 사건으로 터졌다.
DLSS 5, 개발사가 만들지 않은 그래픽
3월 16일 GTC 2026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DLSS 5를 공개했다. 기존 DLSS가 해상도를 높이는 업스케일링 기술이었다면, DLSS 5는 게임의 지오메트리와 텍스처 위에 AI가 새로운 디테일을 생성해 덧입히는 뉴럴 렌더링이다. 2026년 가을 출시 예정이며, GTC 현장에서는 RTX 5090 두 장을 사용한 시연이 진행됐다.
문제는 시연 영상에서 터졌다.

레지던트 이블 레퀴엠의 공동 주인공 그레이스 애시크로프트의 얼굴이 DLSS 5 적용 전후로 뚜렷하게 달라졌다. 조명과 디테일이 향상된 수준이 아니라, 얼굴 자체가 변형됐다. EA 스포츠 FC 26에서는 리버풀 캡틴 피르힐 판데이크의 얼굴이 DLSS 5 적용 후 원래 인물과 다르게 변형됐다는 비교 사례가 퍼졌다.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에서는 스타일라이즈드 판타지 환경의 앰비언트 오클루전과 그림자가 제거되고 스마트폰 사진 같은 평면적 이미지로 대체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발자 반응은 거셌다. Doinksoft의 게임플레이/테크 디자인 리드 컬런 드와이어는 "개발자와 게이머가 원하는 것과, GPU로 부를 독점하는 자들이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말했다. 아티스트 칼라 오르티즈는 Bluesky에서 "개발사의 의도적인 아트 디렉션에 대한 무례"라 표현했다.
젠슨 황은 GTC Q&A에서 "그들은 완전히 틀렸다(They're completely wrong)"고 응수했다. DLSS 5가 "예술적 통제권을 바꾸지 않는다"며 "모든 것이 게임 개발자의 직접적인 통제 하에 있다"고 주장했다. 개발사가 AI를 파인튜닝해 자사 게임의 비주얼 스타일에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붉은사막, 의도치 않은 AI
사흘 뒤인 3월 19일, 붉은사막이 출시됐다. 첫날 200만 장 판매, 스팀 동접 23만9000명. 그런데 출시 당일 플레이어들이 게임 내 회화풍 2D 소품에서 AI 생성 이미지를 발견했다.
펄어비스는 공식 X 계정을 통해 "개발 초기 실험 단계에서 AI 생성 도구로 만든 2D 비주얼 프롭이 의도치 않게 최종 빌드에 포함됐다"고 인정했다. "AI 사용을 명확히 공개했어야 했다"며 사과하는 동시에 전체 에셋 감사와 교체를 약속했다. 스팀 상점 페이지에는 AI 생성 콘텐츠 고지가 추가됐고, 환불 요청이 급증했다.
DLSS 5와 성격이 다르다. 엔비디아는 의도적으로 AI를 적용했고, 펄어비스는 실수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과는 동일하다. 플레이어가 개발사의 의도와 다른, AI가 개입한 그래픽을 보게 됐다는 점에서.
캡콤, 선을 긋다
3월 23일, 캡콤이 투자자 설명회 Q&A 요약을 공개하며 "AI가 생성한 소재를 게임 콘텐츠에 구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월 16일 열린 세션의 내용이 한 달여 뒤에 공개된 것인데, 시점이 공교롭다. DLSS 5 논란과 붉은사막 AI 사태가 한창인 주에 캡콤의 공식 입장이 나온 셈이다.
캡콤의 선언에는 단서가 붙는다. "그래픽, 사운드, 프로그래밍 등 개발 과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 함께 공개됐다. AI로 만든 결과물은 게임에 넣지 않되, AI 도구는 개발 파이프라인에 쓰겠다는 구분이다.
이 구분이 얼마나 견고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DLSS 5가 보여줬듯, 개발사가 AI를 쓰지 않아도 플랫폼이 AI를 적용할 수 있다. 캡콤의 레지던트 이블 레퀴엠이 바로 그 시연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캡콤의 선언과 엔비디아의 기술이 같은 게임 위에서 충돌하는 구도가 이미 만들어졌다.
규칙은 아직 없다
세 사건의 공통점은 기준의 부재다. 누가 AI를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허용되는가, 플레이어에게 무엇을 알려야 하는가. 이 질문에 업계 차원의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밸브는 2026년 1월 스팀의 AI 고지 정책을 개정했다. 개발사가 AI로 만든 에셋을 게임에 포함하거나(pre-generated), 플레이 중 AI가 콘텐츠를 생성하는 경우(live-generated) 이를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개정의 초점은 플레이어가 실제로 접하는 콘텐츠에 맞춰졌으며, 코드 어시스턴트처럼 개발 과정에만 쓰이는 AI 도구는 고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