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올랜도, 포켓몬 GO 지역 챔피언십 그랜드 파이널 5번째 매치가 끝나던 순간이었다. Firestar73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헤드폰을 벗어 책상에 내려놓았다. 두 팔이 머리 위로 솟았고, 양 주먹이 동시에 쥐어졌다. 입은 이미 함성으로 벌어져 있었다. 화면에는 'CONGRATULATIONS — ORLANDO REGIONAL POKEMON GO CHAMPION FIRESTAR73' 자막이 떴다.
그리고 그는 우승자가 아니게 됐다.
심판은 그가 5라운드에서 비신사적 행위로 게임 로스를 받았다고 판정했다. 결과는 NiteTimeClasher의 3 대 2 승. 환호한 사람이 아니라 환호당한 사람이 챔피언이 됐다.

운영의 설명, 너무 모호한 한 문장
Play! Pokemon이 항소를 기각하며 내놓은 사유는 이 이상 모호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했다.
운영측 설명에 따르면 Firestar73는 1라운드 브래킷 리셋 매치 도중 테이블을 치고 흔드는 행위로 이미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 5라운드에서도 행동이 지속됐고, 방송에 지장을 줄 정도로 테이블이 흔들렸다는 게 게임 로스 사유다.
문제는 포켓몬 GO가 화면을 격렬하게 탭하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점이다. 손이 빨라야 이긴다. 결승까지 올라간 선수의 탭이 차분할 리 없다. 커뮤니티가 가장 먼저 짚은 모순이 이 부분이다. 룰이 보호하려는 게 무엇인지 모호한 만큼 처벌하려는 게 무엇인지도 모호해진다.
트로피를 받은 사람이 트로피를 부정한다
가장 기이한 장면은 트로피 쪽에서 나왔다. 우승자 자리에 앉은 NiteTimeClasher 본인이 자신의 우승을 부정한 것이다.
500달러와 챔피언십 포인트 25점이 걸려 있다. 한 시즌 누적되는 포인트 경쟁에서 25점이 작은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도 본인이 자신의 우승을 인정하지 않는다. 챔피언이라는 호칭이 챔피언으로부터 거부당하는 장면은 e스포츠에서 흔하지 않다.
소셜 미디어는 #JusticeForFirestar 해시태그로 덮였고, Play! Pokemon 공식 게시물에는 결정 번복 요구가 도배됐다. 결정은 그대로 유지됐다.
같은 주말, 같은 패턴
같은 회장의 카드 게임(TCG) 부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Makani Tran이 헤드셋을 벗는 행위로 실격됐다. 운영측은 "헤드셋이 카드를 가려 게임 상태 확인을 방해했다"고 설명했지만, 본인이 들은 사유는 '위험 행위'였다. 둘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이쯤 되면 사건이 두 건이 아니다. 같은 대회, 같은 운영, 우승 직후 행위에 대한 비슷한 징계, 비슷한 모호함. 무엇을 보호하려는 룰인지 정의가 안 잡혀 있는 상태에서 처분만 빠르게 내려진다.
환호로 먹고사는 다른 e스포츠들
격투 게임 EVO의 결승은 매년 우승자가 컨트롤러를 머리 위로 던지는 한 컷으로 기억된다. 카운터-스트라이크 메이저 결승은 마지막 킬 직후 헤드셋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BGM처럼 깔린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결승장은 우승팀 함성에 흔들린다. 어느 종목도 우승자에게 '방송에 지장 주지 않는 환호'를 강제하지 않는다. 환호 자체가 콘텐츠고, 그 콘텐츠가 다음 시즌의 시청자를 끌어온다.
포켓몬은 다른 길을 택했다. 정확히는 다른 길을 택했다고 주장한다. 1996년부터 따라온 '신사의 게임' 정체성, 모든 트레이너는 인사하고 헤어진다는 동화적 세계관. 이 정체성은 매체로서의 포켓몬에는 자산이지만, 1만 700달러 상금이 걸린 메이저 토너먼트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헐겁다. 룰은 '비신사적'이라는 단 한 단어에 의존하고, 그 단어의 정의는 심판이 그날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