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게임 대회 무대에 빨간 머리 거구가 떠오르자 객석이 뒤집혔다. 5월 24일 콤보 브레이커 2026에서 반다이남코가 공개한 철권8 시즌3의 마지막 카드는 한마 유지로였다. 격투 만화를 한 번이라도 펼쳐본 사람이라면 이 이름 석 자에서 숨이 잠깐 멎었을 것이다. 만화 역사상 손꼽히는 괴물이 철권 링에 오른다.
시즌3 마지막 한 자리를 만화 캐릭터가 채웠다
유지로는 시즌3 패스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추가 캐릭터다. 앞서 합류한 쿠니미츠, 밥, 로저 주니어에 이어 패스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외부 IP의 인물이 들어왔다. 출시는 2027년 초로 예고됐고, PS5와 Xbox 시리즈, PC(스팀)에 같은 시점에 풀린다. 해저 감옥을 배경으로 한 신규 스테이지 '서브시 록다운'도 함께 온다.
격투 만화 캐릭터가 다른 게임에 들어오는 일 자체는 낯설지 않다. 다만 짧게 스쳐가는 게스트가 아니라, 시즌 패스의 정식 플레이어블로 자리를 잡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도 하필 그 캐릭터가 유지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마 유지로, 그가 누구인가
유지로는 격투 만화 바키 시리즈의 인물이다. 주인공 한마 바키의 친아버지이자, 바키가 평생을 걸고 넘어서려는 벽이다. 작중 별명은 '지상 최강의 생물'. 일본어로는 오우거, 그러니까 귀신이라 불린다.
그를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문장은 이렇다.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미야모토 무사시도, 피클이라 불린 태고의 전사도, 아들 바키조차 그를 쓰러뜨린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함의 기준점 자체가 유지로다.
지진을 멈추고, 미국과 조약을 맺은 남자
유지로가 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로 그려지는지는 일화 몇 개면 충분하다. 작품 초반, 그는 규모 6의 지진을 주먹 한 방으로 멈춘다. 땅이 흔들리자 그 힘에 맞먹는 충격을 정반대로 꽂아 상쇄해버린 것이다.
더 황당한 건 국가와의 관계다. 유지로는 미국과 일종의 우호 조약을 맺고 있다. 서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상호 불가침에 가까운데,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 조약을 새로 갱신한다. 그를 적으로 돌린다는 건 지상에서 가장 강한 생물과 가장 강한 국가를 동시에 상대한다는 뜻이다. 개인 한 명이 초강대국과 대등하게 묘사되는, 만화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진심으로 싸울 때 그의 등에는 악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등 근육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면 근육의 음영이 마치 귀신 형상으로 보이는데, 이 모습이 나오면 상대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이번 철권8 공개 영상에서도 빨갛게 곤두선 머리카락과 함께 그 특유의 위압감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만화 속 괴물이 철권에서 통할까
관심사는 결국 손맛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캐릭터가 대전 격투의 균형 안에서 어떻게 구현될지가 관건이다. 너무 강하면 재미가 없고, 평범하면 원작 팬이 실망한다. 반다이남코가 그 사이를 어떻게 잡아낼지가 시즌3 후반의 가장 큰 구경거리다.
확실한 건 화제성이다. 철권을 즐기는 한국 격투 게임 팬층과 바키를 읽어온 독자층은 상당 부분 겹친다. 두 팬덤이 동시에 반응할 카드를 반다이남코가 패스 마지막에 숨겨둔 셈이다. 2027년 초, 철권 플레이어들은 만화에서 걸어나온 괴물과 주먹을 맞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