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0원과 62,000원.
같은 기업, 같은 시점, 같은 데이터를 보고 내린 목표주가다. 유진투자증권은 보유, 메리츠증권은 매수. 펄어비스(263750)를 둘러싼 증권가의 온도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진 적은 드물다. 수치가 말해주는 건 하나다. 시장은 붉은사막이라는 변수를 아직 소화하지 못했다.
2년 연속 적자, 그러나 주가는 올랐다
펄어비스의 2024년 매출은 3,424억원이었다. 영업손실 121억원. 2025년에는 매출이 3,655억원으로 소폭 성장했으나 영업손실은 148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매출이 느는데 적자가 깊어지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붉은사막 개발비가 판관비에 반영되면서 비용 구조를 압박한 것으로 분석한다.

그런데도 주가는 올랐다. 시가총액 3조 4,000억원대. 52주 최저점 대비 거의 두 배. 실적이 아니라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린 셈이다. 시장이 보고 있는 것은 지금의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3월 19일 이후의 그림이다.
검은사막이라는 구조적 질문
펄어비스 매출의 67~69%는 검은사막에서 나온다. 2024년 3분기 기준 분기 매출 795억원 중 540억원이 검은사막이었고, 2025년 2분기에도 비율은 69%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출시 12년 차인 MMORPG 하나에 회사 매출의 7할 가까이가 걸려 있는 구조다.
검은사막의 성과 자체는 인상적이다. 글로벌 누적 매출 3조원, 누적 이용자 5,500만 명. 한국 게임사 단일 IP 중에서 이 정도 글로벌 실적을 낸 타이틀은 손에 꼽힌다. 문제는 이 숫자가 "과거의 증명"이라는 점이다. Steam 동접 기준으로 2026년 1월 평균 동접은 19,740명. 피크는 26,403명. 게임이 죽은 것은 아니지만 성장 곡선은 이미 꺾였다.
구조적으로 보면, 펄어비스에 붉은사막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검은사막의 매출 감소를 상쇄할 신규 매출원이 없으면, 현재의 적자 구조가 고착된다.
붉은사막, 숫자로만 본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로, 검은사막과는 장르부터 다르다. MMORPG가 아닌 싱글 플레이 중심의 콘솔 게임. 펄어비스로서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Steam 위시리스트가 200만을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위시리스트 수치는 Steam이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검증은 어렵지만, 국내 게임사 타이틀 중 출시 전 이 수준의 관심을 모은 사례가 흔하지는 않다. 아울러 전 플랫폼 동시 출시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PC 우선 출시 후 콘솔 이식이라는 한국 게임사의 관행에서 벗어났다.

관전 포인트는 출시 초기 판매량이다. 싱글 플레이 게임은 MMORPG와 달리 출시 1~2주 매출이 전체 수익의 상당 부분을 결정한다. 검은사막처럼 월정액이나 인앱결제로 장기 수익을 만드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35,000원 vs 62,000원
증권가의 시선이 이렇게 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2월 13일 리포트에서 보유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35,000원을 제시했다. 제목은 "Crimson Desert is coming"이었지만, 정작 목표가는 현재 주가의 65% 수준에 머물렀다. 메리츠증권은 같은 달 10일, 매수 의견에 목표주가 62,000원을 내놨다. 제목은 "<붉은 사막> 카운트다운." 컨센서스 평균 목표주가는 47,400원(FnGuide 기준)으로 현재 주가(53,600원)를 밑돈다.
같은 데이터를 두고 판단이 갈리는 이유는 결국 붉은사막의 흥행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낙관론은 오픈월드 AAA 신작의 글로벌 시장 잠재력을, 비관론은 싱글 플레이 게임의 매출 지속성과 검은사막 의존 구조의 전환 불확실성을 각각 근거로 삼는다.
시장은 이미 반응했다. 주가가 컨센서스(47,400원)를 약 13% 웃돌고 있다는 것은, 현재 가격에 붉은사막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대가 현실이 되느냐, 실망으로 돌아오느냐 — 3월 19일 이후 첫 주 실적이 그 답을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