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세상이 멈춰 있던 시절이었다.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사람을 만날 수도 없던 그때 나는 PS4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 미드가르의 야경이 펼쳐졌고, 1997년에 처음 만났던 그 도시가 눈앞에 되살아났다.
그로부터 6년. 리메이크를 끝내고, 인터그레이드를 끝내고, 리버스의 엔딩 크레딧까지 지켜봤다. 그리고 지금, 나는 파트 3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 정보도 없이.
미드가르의 밤이 다시 시작되던 날
리메이크가 보여준 미드가르는, 원작에서 대충 지나쳤던 도시가 아니었다. 슬럼의 공기, 마황로의 웅웅거리는 소리, 칠번가 주민들의 표정까지. 원작에서 체감상 대여섯 시간이면 빠져나오던 그 구간을, 스퀘어 에닉스는 수십 시간짜리 독립된 세계로 만들어냈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원작 팬들이 다 그랬다. "미드가르만으로 한 편을?" 3부작이라는 발표에 "늘리기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틀렸다.
칠번가 슬럼에서 에어리스와 걷는 장면. 원작에서는 몇 줄의 대사로 끝나던 순간이, 리메이크에서는 한 챕터가 됐다. 그리고 그 챕터가 이 시리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 됐다. 늘리기가 아니었다. 원작이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채운 것이다.
여기에 전투 시스템의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ATB 게이지를 채우며 실시간 액션과 커맨드를 오가는 하이브리드 구조. 에어리스의 마법 한 방에 몬스터가 쓸려나가는 장면을 보며, 나는 소리를 질렀다. 컨트롤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리버스, 그리고 그 엔딩
리버스는 스케일 자체가 달랐다. 미드가르를 벗어난 순간 세계가 터졌다. 초코보를 타고 광야를 달리며 깨달았다. 이건 리메이크의 확장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게임이란 걸.
여기에 시너지 시스템이 전투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리메이크에서 각자 싸우던 파티원이, 리버스에서는 합을 맞추는 팀이 됐다. 클라우드와 티파의 시너지 어빌리티가 처음 발동했을 때의 쾌감. 메타크리틱 PS5 기준 89에서 92로 올라간 숫자가 그 차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리버스를 리버스답게 만든 건 전투도 월드도 아니었다.

그 엔딩이었다.
원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20년 넘게 게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는 그 순간을, 리버스는 정면으로 다루면서 동시에 비틀어버렸다. 멀티버스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확신하던 모든 것이 흔들렸다.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는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원작의 기억이 뒤흔들렸다. 이 시리즈가 결국 어디로 가려는 건지, 확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스위치2라는 변수
2026년 1월 22일, FF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가 닌텐도 스위치2로 출시됐다. 스위치2 하드웨어 출시 후 약 7개월 만이었다. 90.4GB. 휴대기로 거대한 미드가르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된 셈이다.
여기에 리버스의 스위치2 출시일도 2026년 6월 3일로 확정됐다. 스퀘어 에닉스가 리메이크 시리즈 두 편을 연달아 닌텐도 플랫폼에 올린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 흐름은 단순한 이식 이상의 신호로 읽힌다. 파트 3 역시 멀티플랫폼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공식 발표는 없다. 흐름은 이미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기다린다
파트 3에 대해 확인된 정보. 없다.
공식 명칭도 없고, 출시 시기도 없고,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한 코멘트도 없다. 스퀘어 에닉스는 이 시리즈를 "three standalone titles"라고 불러왔지만, 마지막 한 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리메이크에서 리버스까지 4년이 걸렸다. 같은 간격이면 2028년쯤. 하지만 이건 추측일 뿐이다.
리버스의 엔딩이 던진 질문은 하나다. 원작의 결말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열 것인가. 커뮤니티에서는 수천 개의 이론이 돌고 있다. 멀티버스가 수렴하는지, 분기하는지. 자크의 세계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답은 파트 3만이 줄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그대에게
이 기다림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원작을 끝내고 에어리스 부활 루머를 좇으며 수년을 보낸 세대가 있다. 어드벤트 칠드런을 보며 "본편 속편은 안 나오나"라고 되뇌던 세대가 있다. 리메이크 발표부터 발매까지 5년을 기다린 세대가 있다.
기다림에 익숙한 팬덤이다.
리메이크를 아직 안 해봤다면, 지금이 시작할 때다. PS5와 PC에서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 인터그레이드의 유피 에피소드(INTERmission)까지 반드시 챙겨라. 리버스의 특정 장면이 달라진다.
리버스를 끝냈다면, 크라이시스 코어 리유니온을 권한다. 자크 페어의 이야기를 알고 나면, 리버스 엔딩의 의미가 한 층 더 깊어진다. 원작까지 손을 뻗을 여유가 있다면 —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있지만 — 리메이크 시리즈가 원작의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변주하고 있는지, 직접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