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종료일로부터 정확히 2년. 프랑스 최대 소비자보호단체 UFC-Que Choisir(연방소비자연합)가 3월 31일 유비소프트를 법원에 제소했다. 대상은 2024년 3월 31일 서버가 꺼진 레이싱 게임 더 크루(The Crew)다.
소송의 쟁점
UFC-Que Choisir가 법적 근거로 삼은 것은 프랑스 소비법(Code de la consommation) 제L.121-2조의 '기만적 상업 관행(pratiques commerciales trompeuses)'과 '부당 계약 조항(clauses abusives)' 규정이다.
핵심 논리는 이렇다. 소비자는 더 크루를 구매할 때 제한 없는 이용권을 취득했다고 믿었다. 유비소프트는 이 게임이 온라인 전용이며 서비스가 일방적으로 종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 1951년 설립된 UFC-Que Choisir는 13만8000명의 회원과 135개 지역 지부를 둔 프랑스 1위 소비자단체로, 프랑스 정부가 공식 인정한 15개 대표 소비자단체 중 하나다.
소송을 지원하는 것은 Stop Killing Games 캠페인이다. 2024년 4월 유튜브 채널 Accursed Farms의 로스 스콧(Ross Scott)이 시작한 이 운동은 서비스 종료로 게임이 영구 이용 불가 상태가 되는 관행에 대항한다.
더 크루, 9년의 생애
더 크루는 2014년 12월 2일 출시됐다. 개발사 아이보리 타워(Ivory Tower)가 만들고 유비소프트가 배급한 온라인 전용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이다. 2016년 5월 기준 500만 명 이상이 플레이했다.
유비소프트는 2023년 12월 14일 더 크루를 모든 디지털 스토어에서 내리고 마이크로트랜잭션 판매를 중단했다. 2024년 3월 31일 서버가 완전히 종료됐고, 오프라인 모드가 없었기 때문에 게임은 실행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출시로부터 9년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그 다음이다. 서버 종료 직후 유비소프트는 유비소프트 커넥트 계정에서 더 크루의 라이선스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환불은 없었다.
140만 서명, EU 위원회까지
Stop Killing Games는 2024년 7월 31일 유럽 시민 이니셔티브(ECI) '비디오 게임 파괴 중단'을 정식 발족했다. 서명 수집은 1년 만인 2025년 7월 31일에 마감됐다.
| 시점 | 경과 |
|---|---|
| 2024.3.31 | 더 크루 서버 종료 |
| 2024.4 | 로스 스콧, Stop Killing Games 캠페인 시작 |
| 2024.7.31 | EU 시민 이니셔티브 서명 수집 시작 |
| 2025.7.3 | 100만 서명 돌파 |
| 2025.7.31 | 수집 마감, 약 144만8000명 서명 |
| 2025 하반기 | 검증 완료, 유효 서명 약 129만 건 (97% 유효율) |
| 2026.1.26 | EU 위원회, 심사 대상 접수 |
| 2026.2.23 | 발의자-EU 위원회 면담 (부위원장 헤나 비르쿠넨, 위원 마이클 맥그래스 참석) |
| 2026.3.31 | UFC-Que Choisir, 유비소프트 제소 |
| 2026.7.27 | EU 위원회 공식 답변 기한 |
EU 위원회가 7월까지 어떤 답변을 내놓느냐가 이 운동의 다음 분기점이다.
유비소프트의 입장
유비소프트는 2024년 캘리포니아 집단소송(Cassell & Liu v. Ubisoft)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영구 소유'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 바 있다. 오프라인 모드가 없다는 이유로 '기만당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소송은 2025년 6월 원고가 자진 철회하면서 각하됐다.
프랑스 소송에 대한 유비소프트의 공식 대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 가지 변화는 있었다. 유비소프트는 더 크루 2에 하이브리드 모드(오프라인 플레이)를 추가했고, 더 크루 모터페스트에도 같은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비소프트는 이를 '플레이어 피드백'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144만 서명의 압력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소송이 만들려는 것
선례가 없는 영역이다. 게임사가 서비스를 종료한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 승소한 사례는 아직 없다. 2K 게임즈가 NBA 2K 서버를 종료하면서 게임 내 통화가 플레이어의 재산이 아니라고 주장한 건이 있었지만, 판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법률적 환경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4년 AB 2426 법안을 통과시켜, 디지털 스토어가 '구매'라는 표현을 쓸 때 이것이 소유가 아닌 라이선스임을 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EU 위원회의 2026년 업무계획에는 다크 패턴과 디지털 제품 마케팅 관행을 규제하는 '디지털 공정법(Digital Fairness Act)'이 포함돼 있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 소송 하나로 산업 전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프랑스 법원이 '기만적 상업 관행'을 인정할 경우,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 게임은 더 크루 한 편에 그치지 않는다. 관전 포인트는 프랑스 법원의 판단이 EU 위원회의 7월 답변에 어떤 방향을 제시하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