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Wizards of the Coast, 이하 위저즈)에서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진다. 4월 30일 매직: 더 개더링 아레나(이하 MTG 아레나) 개발팀이 미국 통신노조(CWA, 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 산하 노조 결성을 공식화했다고 발표했다. 슈퍼 다수(supermajority) 가입을 확보한 단계이며,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 선거 청원도 이미 접수된 상태다. 모회사 해즈브로(Hasbro)가 5월 1일 영업시간 종료 전까지 자발적으로 노조를 인정하면 NLRB 선거 절차는 철회된다.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는 매직: 더 개더링과 던전스 앤 드래곤스라는 두 IP를 운영하는 해즈브로 산하 회사다. 종이 카드 시장과 디지털 카드 게임 시장을 동시에 책임지는 핵심 자회사 중 하나이며, MTG 아레나는 그 디지털 라인업의 중심이다. 위저즈에서 노조가 생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핵심 의제 4가지
CWA 발표문에 정리된 노조의 핵심 의제는 네 가지다.
첫째는 정리해고 보호다. 해즈브로는 최근 2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회사 인력의 약 1/3에 해당하는 2000명 가량을 정리해고했고, 2025년에 추가로 회사 전체 인력의 3%를 추가로 줄였다. MTG 아레나 개발팀도 그 안에 포함됐다. 노조는 정리해고 절차에 대한 사전 통보, 우선 재고용 권리, 분리 보상 기준 등을 단체 협상 의제로 내세운다.
둘째는 재택근무 보호다. 해즈브로는 의무 사무실 출근(Return to Office) 정책을 도입했고, 이를 두고 개발팀 내에서 강한 반발이 있었다. 노조는 직무 특성에 맞는 원격 근무 조건을 단체 협상에서 보장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셋째는 생성형 AI 사용 가이드라인이다. 해즈브로는 자사 게임·카드 디자인 영역에서 생성형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고, 2024년 매직: 더 개더링의 일부 카드 일러스트 마케팅 자료에 AI 생성물이 섞여 들어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 차례 공식 사과까지 거쳤다. 노조는 AI가 어디까지 사용되고, 노동자 결과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보호 조항을 요구한다.
넷째는 크런치 보호다. 출시 일정에 맞춘 장시간 노동을 막을 업무 부하 기준과 임금 보상 체계를 단체 협상에 포함시킨다.

미국 게임 업계 노조의 큰 흐름
위저즈 노조 결성은 최근 2~3년간 빠르게 확산된 미국 게임 업계 노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2년 액티비전블리자드 산하 QA팀에서 시작된 노조 결성 시도는 이후 액티비전 자회사 레이븐 소프트웨어, 블리자드 QA, 마이크로소프트 자회사 ZeniMax(베데스다 모회사), 세가 오브 아메리카, 그리고 2024년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팀까지 이어졌다. CWA가 게임 업계 노조 결성의 가장 대표적인 모(母)노조 역할을 해 왔고, 이번 위저즈 노조도 같은 산하다.
흐름의 공통 트리거는 두 가지다. 정리해고 사이클 가속화와 생성형 AI 도입이다. 미국 주요 게임사 대부분이 2023~2025년 사이에 인력의 5~30%를 줄였고, 동시에 AI 도구를 콘텐츠·QA·고객 응대에 적극 도입하면서 직무 안정성에 대한 노동자 측 우려가 동시에 커졌다. 위저즈 사례는 이 두 트리거가 한 회사 안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형태로 응축됐다는 점에서 게임 업계 노조 결성 사이클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한국 게임 업계로 옮겨 보면
한국 게임 업계 노조 결성 사이클은 2018년 넥슨에 게임업계 첫 노조 '스타팅포인트'가 결성된 이후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 웹젠, 카카오게임즈 등으로 확산됐다. 한국 사례는 미국과 달리 정리해고 사이클이 본격적인 트리거였다기보다는 임금·연장근무·복지 격차가 1차 동력이었지만, 2024~2025년부터 한국에서도 AI 도입과 정리해고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미국형 트리거가 한국으로도 들어오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저즈 노조의 단체 협상 의제 가운데 GenAI 가이드라인은 한국 게임사 노조가 아직 본격적으로 협상 안건으로 끌어올리지 않은 영역이다. 미국에서 첫 단체 협상안이 도출되면 한국 게임사 노조도 같은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5월 1일이 분기점
당장의 분기점은 5월 1일이다. 해즈브로가 자발적으로 노조를 인정할 경우 NLRB 선거 청원은 철회되고 단체 교섭이 곧장 시작된다. 인정하지 않으면 NLRB 선거 절차로 넘어가고, 이는 통상 수 주에서 수 개월의 시간을 추가로 소비한다. 회사 측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위저즈 첫 노조의 출범 일정과 단체 교섭 시작 시점이 갈린다.


































